아직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그 때 만 7살 정도의 아이였고, 녹음이 짙은 산기슭의 아파트 단지에서 살았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산을 둘러싸고 있는 마을의 학교 답게 높은 언덕자락에 위치해 있었다. 학교 정문을 지나 길고 좁은 아스팔트 언덕길을 한참을 올라가야 운동장이 나타난다. 학교는 ㄷ자의 형태로 생겨있고 맨 왼쪽 튀어나온 부분에 컴퓨터실이 위치해 있었다. 아마 인터넷이라고 해봤자 통신연결을 해야 할 수 있었을 것이고, 내 기억에는 그 당시 인터넷을 사용해본 적은 없었다. 학교에서는 한글타자를 연습시켰고 도스 프로그램을 다루는 법을 가르쳤다. 까만 바탕화면에 백회색의 알파벳과 기호들을 써서 폴더에 들어가고 나오고 뭐 그런 작업들을 배우기 시작해서 종점에 다다러서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으로 끝났다. 어떤 수업 시스템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나와 내 동생은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한글타자를 독수리 타법으로 치는데 열중하였고 우리의 목표는 200타를 넘기는 것이었다. 나중에서야 타자치는 법을 아빠에게 배워 지금과 유사하게 칠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한글타자게임을 오래오래 지지 않고 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그리고 컴퓨터실에 대한 기억은 1년 가량 없다가, 3학년이 되었을 즈음 아침마다 컴퓨터 수업을 들었던 것 같다. 정식 1교시가 시작하기 전에 진행되는 수업이었다. 나의 기억이 이상해진 것일 수도 있는데, 확실히 내 기억으론 그 수업에서는 심시티를 가르쳤던 것 같다. 풀밭 같은 부지에 주거지를 만들고 도로를 만들고 상업지구를 만들고 등등... 아니면, 사실 그 수업에서는 워드 같은 것을 가르쳤지만 내가 매일 빠지지 않고 미리 등교해서 구석에서 심시티 게임을 했던 것인가? 어쨌든 그 컴퓨터실의 게임수업은 나를 매우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아침마다 원래 등교시간보다 한시간씩은 더 일찍 집에서 나와 학교에 도착했던 것 같으니까. 가끔씩 방과후에 1학년인 동생을 컴퓨터실에 데려가 나름 누나가 발견했다고 생각하는 신문물을 보여주곤 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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