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의 제주유기동물보호센터 보호 공고 때의 사진

 

 

 

 

멜은 우리집 둘째 강아지이다.

인간식으로 하면 둘째이고

개들 식으로 하면 1인자 자리를 매일 노리는 2인자이다.

이름은 원래 '히피'라고 지으려고 했다가

우리가 동경하는 도시 이름인 'Melbourne' 의 앞 세글자를 따서 'Mel (멜)' 이라고 지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된 것인데

제주어로 멜이 멸치란다.

그래서 여기서 사람들에게 멜을 소개하면 사람들 표정이 알쏭달쏭하다 ㅋㅋ

 

멜이 우리집으로 온 것은 2013년 7월 10일이고,

우리는 밤비와 함께 사회생활을 할 또 다른 강아지를 입양하러

2~3주간 용강동을 여러차례 방문하며 밤비와 잘 지낼 강아지를 찾아 다녔다.

 

사실 우리는 멜이 아닌 다른 강아지를 거의 입양하기로 속으로 결정을 한 상태였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견사의 구석에서 웅크린 자세로 엎드리지도 앉지도 서지도 않은 어정쩡한 모습의 강아지를 보고는

아, 저 아이, 참 귀엽다. 그런데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것이 불쌍하다고 느꼈고

바로 그 자리에서 그 불쌍하고 여린 아이를 입양하였다.

 

보호소 관리자는 그 아이를 보고

'석상' 이라고 불렀는데, 그 이유는 부르면 그자리에서 얼음이 된 채로 오랜 시간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라고 했다..

 

그날 저녁 우리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집에서 사료를 먹고 휴식 후 배변을 보는 것을 관찰하고 있었는데,

이 아이가 혈변을 누는 것이었다.

너무 놀래서 다음날 병원에 데려갔더니

giardiasis라고, 기생충 병에 걸려서 그런것이라고 했다.

이 병은 요즘같은 시대에 아주아주 드문 것인데, 아마도 위생환경이 좋지 않은 데서 물을 마시거나 해서 그런것 같다고 했다.

이 병은 사람으로 치면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고

북미의 황야지에서 아웃도어 여행을 하다 민물을 마신경우 걸린다

이 병원 가장 곤혹스러운 점은 혈변을 보는 것 때문이 아니라 장점막의 파괴로 영양분의 흡수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진짜 그런 것 같은게.. 멜이 보호소에 들어온 것이 5월 중순이고 우리가 입양한 게 7월 10일인데도

2개월동안 몸무게가 전혀 변함이 없었던 것이 이를 반증하는 것 같다.

리바운드로 그나마 3주간의 치료동안 거의 몸무게가 3kg가 늘었으니 다행...

 

그러니까 아까 얘기로 다시 돌아가서, 멜이 석상처럼 얼어붙어있었던 이유는,

뱃가죽이 너무 아파서... 등을 고양이처럼 구부리고 최대한 뱃가죽이 붙지 않게 하려는

통증을 완화시키려는 피나는 노력이었던 것이다..

아마도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했더라면 (우리가 입양하지 않았더라면)

멜은 이세상에서 숨을 쉬고 있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운명처럼 웅크린 노란 강아지를 보았을 때의 그 느낌이란..

 

지금의 멜은 정말정말 건강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좋게 말하면) 자기 주장이 강하고! 시각적인 능력이 뛰어난 강아지로 살아가고 있다.

취미는 BBC 자연다큐를 시청하는 것이고, 드라마도 잘 본다.

특기는 밤비 몰래 장난감/뼈다귀/엄마아빠 발냄새나는 물건들을 모조리 자신의 크레이트에 모이는 것이고

무엇이든지 잘 먹고 식탐이 강한 편인 귀여운 아이이다.

처음에 올 때는 뻣뻣한 털이 노오랗게 나 있는 3kg 정도의 3개월령 아이였는데,

지금은 크림색의 부드러운 털이 우아하게? 모양을 이루며 나 있고 몸무게는 7.5kg 정도인 예쁜 강아지가 되었다.

가끔 밤비를 도발하다가 물리기도 하고... 오름에서 뛰다가 발톱에서 피가 나기도 하지만 ㅠㅠ

인근 수의사 선생님의 극진한(?) 케어 덕분에 잘 살고 있다.

 

 

 

 

<멜의 변천사>

 

 

2013년 7월 10일 우리집에 처음 왔을 때...

 밤비도 어릴 때여서 다리가 짧음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멜이 더 작음 ㅠ

 

다음날

 병원 갔다와서 격리 상태

밤비도 어리고 면역력이 좋지 않아 치료가 어느정도 될 때까지는

격리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수의사쌤 말을 듣고..

 

 

 

 

계속 격리상태인데...

외출하고 돌아오면 이런 시츄에이션 ㅋㅋㅋㅋ

어릴때부터 점프력이 남다른 밤비의 능력과 새로운 강아지에 대한 호기심의 조합으로...

 

'엄마, 나 멜이랑 놀고 싶어'

 

 

그 후로도 격리상태는 이어지고... 

 

눈빛이 점점 또렷해지는 멜

 

대단한 수집능력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 같음..

 

 

 

 

 

설사가 멎으면서 슬슬 밤비와 같이 둬 봄

 

 

처음에는 내외하다가

 

격렬한 몸부림으로...

 

 

이게 니꺼냐 내꺼냐

 

 

 

 

어느새 잠까지 같이 자는 사이가 되었음 ㅋㅋㅋㅋ

 

 

....이 눈빛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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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우리 잘 지내고 있어요!

 

 오름에서 달리기도 하고

 

 

계단도 점령하고

 

 

집에서도 줄다리기 틈틈히 하며

 

 

언제나 고지는 내가 선점한다

 

 

공... 갖고싶어...

눈크게뜨면 귀여워보이겠지?

나에게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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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이 안먹힐 땐

이빨을 자랑한다...

 

 

또다른 이빨자랑

'밤비, 내 송곳니좀 봐, 개껌으로 갈았어!'

 

공 사랑

 

 

아니 공!

너 혼자 움직이기도 하니 

 

 

 

낮에는 일광욕을.

 

 

물건에 집착..

 

하아...이런날도 많고요

 

 

산책하러가요!

잇츠 산책타임!

흔들흔들

 

 

산책 후 뻗음

 

 

요즘 사진들....

은근 성격 나옴

 

 

 

 

 

 

 

 

오늘은, 고내리에서 유기견의 주인을 찾아주겠다고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 셋이 박스를 테이프로 붙이고 오려서 강아지 집을 만들고, 그것을 낑낑대며 옮기는 것을 목격하고는

멜 생각이 진하게 났던 날이다.

결국 오늘 만난 까맣고 갈색 털의 남자 강아지는 우리가 멜을 처음 본 장소인 용강동 제주유기견보호센터로 옮겨졌다.

중간에 딴데로 새지는 않았겠지?

월요일에 새로 올라오는 공고를 모니터링 해야겠다.

아이가 말도 잘 듣고, 먹는 것에 묘기부리고, 순해서 아이들과 같이 노는 모습을 보고는,

이 아이는 입양되면 잘 지내겠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

부디 좋은 곳으로 입양되길...

 

 

 

 마을 아이들이 손수 제작한 맞춤형 크레이트 ㅋㅋㅋ

 

 

잠시 밤비의 목줄을 빌려 강아지와 산책하는 아이들

 

안녕 검둥이(아이들이 붙인 가명)! 좋은 주인 만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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